신청만 해놓고 갈까말까 하다가 결제 때리고 다녀왔는데 상당히 유익한 시간이었네요. 애프터파티는 안 갔지만 근처 사는 친구놈이랑 소주를 동반한 나름의 애프터파티-_-를 한 관계로 오타나 글이 좀 중구난방이라도 이해해주세요;
우선 TED에 대한 설명을 해야 될 것 같은데 (저도 얼마 전에 알았기 때문에 별로 아는 건 없지만) 80년대에 첫 선을 보였고 초반의 개념은 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 이 세 분야의 이니셜을 따서 만들었고 이 카테고리들의 지식과 아이디어를 나누는 방식이었다고 하네요.
근데 지식이라는 것이 칼로 무 베듯 나눠질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지금처럼 카테고리가 점점 불어났고 각 지역에서 독자적인 강연을 주최하고 그 것을 번역 자원봉사자들을 통해 각국에 서비스하기에 이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래 영상을 참고하시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TED 사이트 들어가면 한글로 번역된 강연은 따로 분류해서 볼 수도 있습니다. (하단 링크 주소 참고)
http://www.ted.com/translate/languages/kor
오늘 열린 TEDxSeoul 은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열린 최초 강연이라고 할 수 있겠죠. 아래 사이트에도 조만간 올라간다니 체크하셨다가 보시면 좋겠네요.
http://www.tedxseoul.com
강연을 들으면서 조금씩 메모해놓았지만 그 중에 가장 인상 깊게 들은 강연들에 대해서만 얘기해보자면,
1. 김승범, 정혜진 (일반의 : General Doctor)
두 분 다 홍대 근처에서 병원 겸 카페를 운영하고 계신데 메디칼 디자인을 하고 계신답니다. 전 처음에 메디컬 디자인이 뭔가 했습니다. 뭐 병원 벽지라도 바꾸는 건가.. 예컨대 다음 부분의 개혁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간단하게 tool, environment, communication 이 세가지 정도로요.
첫째로 도구에서의 개혁은 아이의 배에 차가운 청진기를 대는 대신에 곰인형 안에 청진기를 넣어서 아이에게 안겨주는 방식과 평범한 압설자를 아이의 입에 넣어 진단하는 것보다 압설자 끝에 사탕을 붙이고 진료하는 방식. 어떻게 생각하면 사소한 변화라 할 수 있을진 몰라도 이들은 그 사소한 변화로 병원에 대한 이미지를 탈바꿈하고자 하더군요. 그것이 병원 겸 카페를 운영하는 이유라 할 수 있겠죠.
둘째로 환경, 인지의 변화를 추진합니다. 병원 내에 배치된 휴식 공간을 재배치라던가 진료실에 대한 개혁으로 병원보다는 카페에 대한 이미지를 심어주고자 하는 겁니다. 편하게 책도 읽고 대기할 수 있고..
셋째로 커뮤니케이션의 개혁을 얘기하고자 하는데, 흔히 우리가 병원 가서 의사에게 뭐가 어떻게 되서 아프다, 어디가 어떻게 아프고 이 것 때문에 어떻다 블라블라 우리의 구구절절한 스토리(story)를 얘기하면 의사는 간단하게 기록(medical history)로 남깁니다. 스토리는 사라지죠. 그래서 이들은 커뮤니케이션의 개혁을 위해 기록과 스토리를 일일이 손으로 기록하고 남기는 거죠. 그게 의사와 환자와의 제대로 된 소통이라고 생각하기에.
2. 김창원 (블로거 and 컨퍼런스 기획자)
이 분은 한국 IT의 미래에 대해 말씀하시더군요. 과거 한국 IT는 굉장히 창의적이고 앞서갔다고 말하시면서 예로 든 것이 네이버 지식인과 싸이월드였습니다. (하나 더 있었는데 기억이 안 납니다;) 야후 Q&A보다 네이버 지식인이 앞섰고 페이스북보다 싸이월드가 앞섰다는 거죠. 근데 약간 오류가 있는 것이 지식인 이전의 디비딕에 대해선 왜 언급을 안 하시는지.. 어쨌든 혁신적이었다고 말합니다.
허나 최초의 혁신에 비하면 지금은 처참하죠. 네이버나 다음은 리퍼러를 내부에서만 돌리는 현대판 쇄국정책과 더불어 국내에 IE가 시장을 독점하는 것을 보면 처참하다는 겁니다.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와는 달리 국내의 무선인터넷 비용은 말도 안 되게 비싸고 이용률은 현저히 떨어지는 상황. 게다가 사이트들은 실명인증까지 요구하는 모양새니 사이버 망명을 하는 상황이라는 것. 게다가 불법 다운로드에 대한 대중의 인식까지 더하면 얼마나 안타깝게 흘러가고 있는지 보여지는 거죠.
그렇다고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죠. 네이버나 다음에서도 좀 늦었지만 오픈소스 프로젝트들이 구현되고 있고 트위터도 활성화되고 있고요. 심지어 아이폰도 출시 됐습니다. (여기서 청중들 빵 터짐 ㅎㅎ) 그리고 수많은 젊고 창의적인 IT 인재들이 있고요. 하지만 한국에서 더 나아가야 할 점에서 역시 ie 독점 문제가 나옵니다. ie나 파폭, 크롬을 지역으로 치자면 ie는 서울, 파폭이나 크롬은 특정 지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치 한국에서의 서울 중심의 정책들 때문에 지방들이 핍박 받는 것처럼 ie 독점에 모든 중심이 맞춰져 있다는 거죠. 서울에 모든 이가 이용할 수 있도록 도로나 길을 만드는 것처럼 지방에도 만들어줘야 되는데 관심이 없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웹 환경이 일방적 독점에 잠식당한다는 겁니다.
그래도 불법 다운로드 비율도 줄어들고 있는 것처럼 어쨌든 희망을 이야기하자면 4대강 같은 토건사업에 예산을 쏟아 부을 것이 아니라 젊은 기업가들에게 힘을 주고 벤처의 기반을 다져야 한다는 것, 그것이 희망이라 말합니다.
3. 황두진 + 이자람 (황두진 : 건축가, 이자람 : 국악인)
마지막에 배치된 두 분의 강연이었는데 아주 적절한 배치였다고 느끼는 것이 가장 한국적인 강연이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먼저 황두진씨 강연에서는 한옥의 전통에다가 현대의 정신을 담는 것에 목적을 두노라 얘기합니다. 그러니까 한국의 아이덴티티를 지키면서 현대적인 감각을 배열하겠다는 거지요. 가장 궁극적이지만 하루가 다르게 토건사업이니 뭐니 다 까고 부수는 한국 땅에선 아주 힘든 길이기도 하죠.
3개의 한국을 이야기합니다. 20세기 이전의 한국은 쇄국정책이라 말할 수 있겠죠. (Local Only, No Global)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서는 그런 쇄국정책의 한계를 절실히 느꼈기 때문에 받아들이고 개혁하는 시대가 열립니다. 하지만 그것을 신랄하게 말하면 결국 자기부정을 시대였고 현대화=서구화라는 말도 안 되는 공식이 성립되는 시기라는 거죠. (No Local, Only Global)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겁니다. 전통과 아이덴티티에 대한 고민도 없이 다 까고 짓고. 황두진씨가 제시하는 20세기 이후의 한국이 나아가야 할 점은 간단하다면 간단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More Local and More Global. '여러분의 한국은 무엇입니까?'라는 텍스트 질문에 뭔가 울컥하는 느낌도 들더군요.
이자람씨 또한 황두진씨와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겠죠. 판소리에 현대적인 스토리텔링을 섞으면서 독자적인 분야를 개척했다고 볼 수 있으니까요. 판소리는 애초에 음악이면서 동시에 이야기였다고 하죠. 탄생 근원 자체가 이야기에 또 다른 이야기의 살을 붙이는 형식이라 변화에 익숙한 전통이라 할 수 있지만, 문화재 보호법에 의해 그런 근원적인 속성은 구속 당하고 전통에만 갇혀 있었다는 거죠.
그것이 이자람씨가 현대적인 판소리를 하게 된 계기라고 합니다. 전통은 지키되 스토리텔링은 익숙하고 현대적인 것을 녹여내는 것. 그러면서 공연을 두어 개 보여줬는데 끝내주더군요. 현대의 판소리가 후일에는 전통이라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르죠.
전체적으로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한국적인 강연이 된 것 같아 멋지군요. 졸려 죽겠는데 내일이면 이 감정들을 잊어버릴까봐 썼습니다. 메모도 워낙 개판이고 글도 그냥 쭉 내려썼기 때문에 길기만 하고 두서없네요. 좀 더 많은 분들이 좋은 강연에 공감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